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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권의 책인데, 내가 읽은 것은 그 중 제1권 <유라시아 견문> 중, 몽골의 올란바토르부터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까지, 첫 1년의 기록이다.


유라시아의 사전적 의미는 뭘까? 라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Eurasia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이라 하고, 총 면적은 5492만 ㎢, 세계 전육지의 40%라는 광활한 영역을 가르킨다. 책 서문을 보면 서진에 서진을 거듭하여 터키까지 이른다는 표현이 있다. 그리고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공간적 장벽을 허물고, 전통과 근대 사이의 시간적 단층을 돌파해내고 싶다는 문장, 유라시아사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이 책의 존재를 정의내리고 있다. 


책이 두꺼워서 몇장 읽고 덮을 뻔 하였지만, 프롤로그에 저자만의 유라시아를 정의한 내용이 아니었다면 흥미를 쉽게 잃었을 것 같다.


새 천년 초원길과 바닷길의 복원은 판갈이의 출발이다. 백 년간 끊어지고 막혔던 동서의 혈로를 다시 뚫어 물류와 문류를 재가동하는 유라시아의 재활운동이다. 국격Border이 통로Gateway가 되고, 지리는 재발견되고 지도는 다시 그려진다. 작금의 모순과 균열을 미-중간의 패권 경쟁으로 오독해서는 안된다. 서구를 배타하지도, 근대롤 폄하하지도 않는다. 사물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분이다. 유럽을 유라시아의 서단으로 지방화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름을 바르게 불러주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근대와 전근대의 분단체제를 허물고 유라시아적 맥락으로 동서고금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유러브이 자만도, 아시아의 불만도 해소하는 대동세계의 방편이다. 한반도 동남단, 경주의 석굴암은 서역과 페르시아로 이어졌던 누천년 유라시아 연결망을 무묵히 증언하고 있다.


저자의 여정은 태국에서 '조선 지식인 유길준이 쓴 서유견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태국 치앙라이에서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흥화興華라는 간판을 발견하면서 동아시아의 냉전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민해방군이 남진하여 윈남성 성도인 쿤밍을 장악하였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되었지만, 국민당 잔군은 여전히 서남부 내륙 윈남성에는 그 세력들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항복을 거부한 일부는 남하하여 버마(미얀마)로 숨었고, 스스로를 반공구국군이라 개칭하였다.  미국은 반공구국군을 내륙으로 침투시켰다. 1953년 한반도 휴접협정에도 불구하고 전선의 총성은 멈추지 않자, 반공구국군 버마와 태국 산악지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도 끌여들였다. 하지만 유엔총회에서 버마의 영토주권을 침해하고 있는 중화민국의 잔군을 철수시키라는 요구도 있었고, 탈식민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던 장제스 역시 철군을 단행하였지만, 버마에서 쫓겨난 이들은 낯선 대만이 아닌 태국의 치앙라이의 마에살롱 마을을 선택하였다. 생계를 위해 태국과 버마 사이의 아편 무역 중계를 하였다. 해발 1800미터의 고산지대라 양귀비를 재배하기 적격이었다. 지금 이곳은 차밭으로 유명하다. 우롱차 차밭을 기반으로 지금은 커피, 약초 재배도 시작하였고 어느덧 호텔, 리조트, 레스토랑도 길게 늘어서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태국의 화교/화인 신문도 공급되고 있다. 또다른 중화망의 한 연결 고리이다.


태국에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중화민국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어 네트워크 중화제곡, inter-localism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낸다. 태국의 영자신문 <방콕 포스트>에서 중국의 해양 실크로드 구상과 아세안의 미래를 토론하는 학술회의가 예고되어 있다며, 그 다음은 아세안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지니 단편적인 유라시아사가 아니라 정말 서문에서 밝힌 그대로 "근대와 전근대의 분단체제를 허물고 유라시아적 맥락으로 동서고금을 재인식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가 이해되었다. 


그 이후에도 

- 중국의 춘절이 크리스마스 같은 글로벌 축제가 될 수 있을까?

-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의 탄생

- 인도태평양의 균형자 인도네시아

- 유라시아의 축 몽골

- 아시아의 하늘을 잇는 저가항공사

- 실학자들의 나라 싱가포르

- 이슬람 경제의 메카 말레이시아

- 할랄산업

- 필리핀의 슬픈 민주주이, 근대화와 속국 민주주의

- 대동

- 시안의 미래는 장안이다, 서역의 출발점

- 서유기, 구도와 득도의 길

- 신장위구르의 중국화와 세계화

- 일대일로의 사상: 후안강과의 대화

- 동서고금의 교차로 : 카슈가르 

- 윈남에서 이슬람적 중국을 만나다


등 재미있는 주제로 한가득하다. 이중 몽골의 공산당 이야기, 새롭게 해석한 중국의 시안이야기, 서유기, 신장 위구르에 관한 이야기는 내겐 큰 흥미와 관심으로 이어져서, 관련 서적도 읽어 보고 싶게 만들고 있다.  반면 일대일오의 사상, 후안강과의 대화 내용은 다소 의문이 생겨 작가님에게 메일을 드렸고 작가님도 지금 다른 집필일로 답변을 당장 받진 못하였지만 앞으로의 작가님과 대화 그리고 앞으로 출판될 2권, 3권이 더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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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르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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